백정이야기.
박상길이라는 나이 지긋한 백정이 장터에 푸줏간을 내었습니다.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그 중 한 양반이 그 백정에게 반말로 주문을 하였습니다.
"얘, 상길아. 고기 한 근 다오."
"그러지요."
박상길은 솜씨 좋게 칼로 고기를 베어서 주었습니다.
함께 온 양반은 상대가 비록 천한 신분이긴 하지만 나이든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기가 거북했습니다. "박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게."
"예, 고맙습니다."
기분 좋게 대답한 박상길은 선뜻 고기를 잘라 주는데, 처음에 산 양반 이 보니 자기가 받은 것보다 갑절은 되어 보였습니다.
그 양반은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째서 이 사람 것은 크고 내 것은 작으냐?"
그러자, 박상길이 대답했습니다. "손님 고기는 상길이가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서방이 잘랐으니까요."
겉모습이 초라하고 자기보다 못하다 해서 인격까지 초라하고 자기보다 못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겉모습보다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먼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고전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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