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과 설화

김 이방(吏房) 소실의 재치

백산(栢山) 2015. 12. 24. 09:24

 

 

 

김 이방(吏房) 소실의 재치.

 

 

충주목사 한 사람이 이방의 소실이 절색이라는 소문을 듣고 여인을 뺏으려고 수작을 부렸다.

 

"내가 무슨 말이든지 세 번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면 돈 천 냥을 주고 대답을 못하면 네 소실을 내게 주어야 한다." 하면서 묻기 시작했다.

 

"너의 집 사랑방 앞에 서 있는 배나무 가지마다 참새가 앉으면 모두 몇 마리가 되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하룻밤에 보름달이 몇 리나 가겠느냐?"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지금 앉겠느냐, 서겠느냐?'

 

"그것은 더욱 모르겠습니다."

 

약속은 약속인지라 이방이 대답을 못했으니, 소실을 데려다 줄 수밖에 없었다.  

 

목사가 보니 이방의 소실을 보니 과연 절색이었다.

"호! 이리로 올라오너라."

 

그러자, 이방의 소실이 대꾸했다.

"올라가는 거야 바쁠 것이 없습니다만 대관절 쇤네의 지아비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 지경이 됐습니까?"

 

"오냐, 너도 한번 대답해 보겠느냐?  

 

너의 집 배나무에 가지마다 새가 앉으면 모두 몇 마리나 되겠느냐?"

 

"이천 삼백 구십 한 마리가 되겠습니다."

 

"어찌 그렇게 자세히 아느냐?"

 

"지난해에 가지마다 배가 열렸는데 모두 따서 새어 보니 꼭 이천 삼백 구십 한 개였습니다. 새가 앉더라도 그 이상은 더 못 앉을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보름달이 하룻밤에 몇 리나 가겠느냐?"

 

"구십 리를 갑니다. "

 

"달이 겨우 구십 리 밖에 못 간단 말이냐?"

 

"금년 정월 보름날 우리 친정 모친의 부고를 받고 꼭 달이 뜰 때 걸어서 친정까지 가니 달이 똑 떨어졌습니다. 쇤네와 달이 하룻밤을 동행했는데 어찌 그걸 모르겠습니까!"

 

"음!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지금 내가 서겠느냐, 앉겠느냐?"

 

그러자, 여자가 벌떡 일어서면서 되물었다.  

 

"그럼 나리께선 지금 쇤네가 웃겠습니까 울겠습니까?"

 

이렇게 재치를 발휘한 덕분에 이방은 소실을 빼앗기지 않아도 되었다.

 

 

- 고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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