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과 설화

황희 정승 이야기

백산(栢山) 2016. 1. 18. 10:09

 

 

 

황희 정승 이야기.

 

방촌(尨村) 황희(黃喜)는 조선 5백년을 통하여 가장 너그럽고 청빈하였던 재상으로 후세에 추앙을 받는 분이다.

 

그는 태종, 세종, 문종에 이르는 3대를 내리 섬기면서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무려 30년 간이나 재상 자리에 있었다.

 

그는 천성이 온후관대하고 겸허하여 좀처럼 화를 내거나 사람을 차별하는 일이 없었다. 또한 담도 없는 초가집에 살면서 자주 식량이 떨어져 조반석죽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는 또, 성품이 소탈하여 특히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였는데, 아이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반상의 구별을 두지 아니 하였다. 그래서 그가 식사를 할 때면 때국물이 줄줄 흐르는 하인의 아이들이 상으로 달려들어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가 하면, 때로는 글을 쓰고 있는 종이 위에다 오줌을 갈기기도 하였다.

 

그래도 그는 낯빛을 흐리거나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감싸주었다.

 

이렇듯 너그러운 그도 공무에는 추상같아서 사소한 비리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하루는 빈청에서 그와 맹사성 등 노재상(老宰相)들이 점심도 거른 채 정무에 열중하고 있으므로 호조판서 김종서가 예빈사(禮賓司)에 명하여 재상들의 점심상을 차려오게 하였다. 이를 본 그는 노한 얼굴로 즉시 김종서를 들어오게 하였다. 이윽고 김종서가 들어섰다.

 

"예빈사라는 곳은 국가의 공용에 쓸 음식을 마련하는 곳이지, 사사로이 정승들의 음식을 대접하는 곳이 아닙니다. 대감은 공과 사를 잊었으니 상감께 주달하여 마땅한 벌을 내리도록 하겠소"

 

하고 꾸짖으며 주위의 만류에도 뜻을 굽히려 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맹정승이 나서서 다시 간곡하게 그를 만류하였다.

 

"김종서 대감은 변방의 흉폭한 오랑캐들을 몰아내고 육진을 개척한 공이 누구보다도 큰 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소한 일로 그에게 벌을 준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요? 우리 늙은 대신들이 죽은 후에 나라를 맡길만한 인재가 김종서 하나 뿐인데 그런 김종서가 나쁘게 되라고 이를 방관한단 말이오?"

 

 

 

 

- 행복한 동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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