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과 해학

기생(妓生)이 내린 유권해석

백산(栢山) 2015. 4. 22. 09:49

 

 

 

기생이 내린 유권해석.

 

선비 성여학(成如學)이 충청도 공주에 손님으로 갔을 때, 어떤 두 사람이 남녀의 음양문제로 다투고 있었다.

 

한 사람은, "남자는 뭐니뭐니 해도 그 연장이 커야만 여자를 만족시킬 수가 있어. 작은 것에 흡족해하는 여자는 없단 말이야." 하면서 열을 올렸고,

 

다른 한 사람은 이에 대해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펴면서 우겼다.

"아니야,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 연장의 크고 작음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주느냐 하는 기능에 달려 있단 말이야."

 

이렇게 서로 한참동안 다투고 있다가 성여학을 돌아보고는,

"어디 서울서 오신 선비께서 좀 판결해 주시오." 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이에 성여학은 전문가나 되는 듯이 설명하기를

"옛날 정력이 강하기로 이름난 진나라 여불위와 무후의 예기에, 여불위의 연장은 수레바퀴를 끼워 돌릴 정도로 크고 강했다고 나타나 있으니, 역시 연장이 크면 좋은 것으로 보아야지요."

 

그러나 기능에 달려 있다고 한 사람은 이 설명에도 승복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이 많은 기생에게 가서 그 경험을 토대로 판결해 보라고 부탁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늙은 기생에게 가서 유권 해석을 요구했더니,

 

기생은 웃고 좋아하면서

"이 문제는 내 전공에 속하는데 왜 진작 와서 물어보지 않고 쓸데없이 싸우기만 하고 있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오랜 경험으로는 연장이 클수록 더욱 감동적이야. 그리고 <향규여보(香閨女寶)>라는 책에 더 자세한 설명이 나타나 있지. 듣기를 원하면 내가 일러 주지." 하며 기생은 차분하게 설명하고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이때 성여학이 웃으면서 얘기를 더 들어 보자며 이렇게 청했다.

"아, 이 문제로 싸움까지 했는데 당연히 들려주어야지요."

 

그러자, 기생이 말하기를

"응, 그러면 잘 들어 봐. 남자가 상대를 즐겁게 해주는 조건으로는 여섯 가지가 있어.

그 첫째는 꼿꼿한 것,

둘째는 따뜻한 것,

셋째는 머리가 큰 것,

넷째는 길이가 긴 것,

다섯째는 힘차게 운동하는 것,

여섯째는 운동을 오래 지속하는 것 등으로 나타나 있거든.

그런데 내가 겪은 바로는 '머리가 큰 것으로 깊이 넣어 오래 지속하는 것'이 최상이었단 말이야."

 

이 설명에 큰 것이 좋다고 한 사람이 의기양양해하니, 그렇지 않다고 한 사람은 결코 승복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가 죽었다.

 

늙은 기생이 이 사람을 위로하면서 말했다.

"기능도 물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하지만 물고기를 잡아먹어 봐라, 큰놈이 깊은 맛이 더 있지 않더냐?"

 

 

- 출처 /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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