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과 설화

무덤에 부채질하는 여인

백산(栢山) 2015. 6. 12. 11:37

 

 

 

무덤에 부채질하는 여인.

 

어느 날, 장자(莊子)가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와서 부인에게 이야기한다.

 

"돌아오는 길에 무덤에 부채질하고 있는 여인이 있어 무슨 사연인지 이유를 물었더니, 지아비가 죽으면서 무덤에 흙이나 마르거든 그때 개가(改嫁)하라고 하여 부채질을 해서 빨리 흙이 마르도록 하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하더군"

 

이 이야기를 들은 부인이 크게 흥분하여 그런 음탕한 년은 사지를 찢어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자(莊子)는 아내에게 자기가 죽은 후 3년이 지나면 개가(改嫁)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열녀(烈女)는 결코 두 명의 지아비를 섬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펄쩍뛰었다.

 

어느 날 장자(莊子)가 갑자기 중병을 얻어 죽게 되었다. 그러자, 부인이 시신(屍身)을 붙들고 통곡을 하고 있는 중에,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귀공자와 늙은 하인이 찾아 들어와 이유를 묻자.

 

남편이 죽었는데 염(殮)을 해줄 사람이 없어 서러워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니 귀공자는 수의(壽衣)를 준비하고 염(殮)을 해주었다.

 

빈소를 차리고 장례를 치르던 중, 귀공자는 부인의 미모에 반하여 결혼해 줄 것을 간절히 청하였다.

 

그러자, 부인 역시 그에게 반해있던 차에 그 말을 듣고 금세 소복(素服)을 벗어 던지고, 화려한 의복과 새 비단 금침(衾枕)을 마련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쾌락에 빠져 있는 도중, 느닷없이 귀공자가 이름 모를 중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웠다.

 

그러나, 다행이 늙은 하인이 말하기를, "저의 공자님은 원래 가지고 있던 지병입니다. 공자님의 병은 사람의 골(骨)을 먹으면 낳는 병이나 구할 수 없으니 목숨을 잃을 것" 이라고 하였다.

 

고민하던 부인은 도끼를 들고 남편의 빈소에 들어가 관(棺)을 열고 도끼로 장자(莊子)의 머리를 내려치려던 찰나 장자(莊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호통을 쳤다.

 

놀라 어안이 벙벙한 아내의 손을 끌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조금 전까지 있던 귀공자와 늙은 하인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화려한 옷과 금침(衾枕)만 남아 있었다.

 

장자가 말하기를 "내가 죽었으니 당신은 마땅히 소복(素服)을 입고 애통히 울고 있어야 하거늘, 이같이 화려한 옷과 금침(衾枕)은 무엇이오?"

 

부인이 말하기를 "아직 개가(改嫁)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장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실은 죽어서 빈소에 든 者도 나요, 밤마다 당신과 즐긴 者도 나요, 두골(頭骨)을 먹고 싶다고 한 者도 나요. 헌데 전에 부인은 열녀란 두 지아비를 섬길 수 없다 하고도 죽은 남편의 머리를 도끼로 찍으려 했소. 그러는 부인이 어찌 무덤에 부채질하던 여인을 욕할 수 있으며, 어찌 그 여인이 열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이요!"

 

 

 

 

- 출처 /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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