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과 해학

노처녀의 선택

백산(栢山) 2015. 6. 1. 10:11

 

 

 

노처녀의 선택.

 

 

옛날 여주 땅 김 부자에게 무남독녀로서 미모가 출중하고 기품이 있는 딸이

신랑감을 지나치게 고르다가 그만 혼기를 놓쳐 노처녀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중매가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시집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하루는 중매쟁이가 찾아와, 처녀가 신랑감을 워낙이나 가린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아예 네 사람의 신랑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낭자! 들어 보구려. 한 총각은 공부를 많이 해 문장가로 알려진 선비이며,

다음은 말타기와 활쏘기를 잘하여 소문이 난 씩씩한 무인이랍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하며 처녀의 눈치는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은 물이 항상 고여 있는 저수지 아래에 비옥한 농토를 많이

가진 부잣집 아들입니다.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이 집 논에서는 수확을 많이

올리지요.

 

그 다음은, 음...낭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이 총각은 정력이 매우 강한 청년이랍니다.

뻗어 나온 양근에 돌을 가득 담은 큰 주머니에 끈을 걸고

허리를 움직여 빙빙 돌리면, 그 돌 주머니가 머리 위까지 넘어서 휙휙 돌아

가는 그런 청년이지요. 낭자! 어때요? 이 넷 중에서 한 사람을 골라 보아요."

 

이렇게 소개하면서, 이 중에서 신랑감을 고르라고 재촉했다.

 

중매쟁이의 소개를 다 듣고 난 김 부자 딸 노처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노래를 지어 답변을 하는데...

"공부를 많이 해 문장을 잘 짓는 선비는 뜻이 넓어서 아내 고생만 시키고,

활을 잘 쏘는 무인은 전쟁에 나가 죽는 일이 있을 것이며, 저수지 아래 좋은

논을 가졌다 해도 가뭄 드는 흉년에는 어쩔 도리 없을 것이며,

네 청년 중에 뭐라 해도 돌을 담은 주머니를 걸어 머리 위까지 휙휙 돌리는

그 힘 좋고 억센 청년이 내 맘에 꼭 드네요"

 

 

 

- 출처 /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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