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과 설화

도화원기

백산(栢山) 2015. 7. 29. 10:40

 

 

 

도화원기.

 

- 도원명 -

 

진(晋)나라 태원(太元) 때, 무릉(武陵)에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있었다. 강을 따라가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뜻밖에 복숭아꽃이 만발한 숲을(도원-桃源) 만나게 되었다. 양편 언덕사이로 수백 보가 되는데, 잡스러운 나무는 하나 없고, 예쁜 풀과 아름다운 꽃들이 어지러이 떨어져 있었다. 어부는 이상히 여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 숲의 끝까지 가보았다.

 

숲이 다하고 강이 끝나는 곳에 문득 하나의 산이 있었는데, 산에는 작은 동굴이 하나 있고 그 안에서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어부는 배를 내려 동굴로 들어갔다. 처음 입구는 매우 좁아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였으나, 계속해서 수십 걸음을 가자 환히 트여 밝아졌다. 그곳은 땅이 평탄하고 넓었고 집들이 정연히 있고 기름진 논밭과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 같은 것들이 있었다. 논밭의 길은 이리 저리로 통해 있고, 닭 울음과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속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남녀의 옷차림은 세상 사람과 완전히 달랐는데, 노인과 아이들은 모두 즐거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어부를 보고 크게 놀라며 어디서 왔느냐고 묻기에 자세히 답해주자. 곧장 집으로 데려가, 술상을 차리고 닭을 잡아 음식을 차렸다. 바깥 세상 사람이 왔다는 소식이 마을에 알려지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이것저것을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말하기를 "우리는 조상들이 진(秦)나라 때 난리를 피해서 아내와 자식을 거느리고 이 인적 없는 곳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지 않아, 마침내 바깥 세상과 소식이 끊어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이냐고 물으니, 한(漢)나라가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위(魏), 진(晋)나라도 알지 못했다. 어부가 일일이 들은 것을 말해주자, 모두 크게 놀라고 탄식했다.

 

다른 사람들이 각자 다시 자기 집에 초대하여 모두 술과 음식을 내놓았다. 며칠을 머무른 후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하니, 한 사람이 말하기를 바깥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이윽고 밖으로 나와 배를 타고 즉시 길을 떠나며 이곳 저곳에 표시를 해 두었다.

 

어부는 자기가 사는 군(郡)에 도착하여 태수(太守)를 찾아뵙고 그간의 얘기를 했더니, 태수가 곧 사람을 파견하여 어부가 간 길을 따라가며 표시를 찾았으나,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에는 길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남양(南陽)에 사는 유자기(劉子驥)라는 선비가 기꺼이 그곳에 찾아가려 하였으나, 결국 이르지 못하고 얼마 후 병으로 죽었으니, 그 후에는 길을 묻는 자가 없었다.

 

 

 

- 출처 / 고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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