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질도 손발이 맞아야.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그 시절에는 천수답 농사가 대부분이어서 풍년보다는 흉년이 더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한 마을에 늙고 병드신 어머님을 모시고, 손바닥만한 농토를 가지고 살아가는 가난한 형제가 있었는데, 형은 그런대로 당돌한 편인 반면에 동생은 조금 어리숙한 면이 있었다.
그 해. 농사도 흉년이 들어 엄동설한을 보낼 월동준비는 커녕 당장 하루하루를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른 형제는 사람으로써는 해서는 안 될 일을 벌리기로 하였다.
다름이 아닌 그 마을의 부잣집의 창고에 들어가 곡식을 훔쳐오기로 두 형제는 마음을 굳히고, 달빛도 없는 야심한 날의 밤을 틈타 형제는 부잣집 창고에 들어갔다.
창고 속에 있는 곡식 가마니를 형이 들쳐 메려니 힘이 딸려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동생에게 "가마니 귀 잡아" 하자. 어리숙한 동생은 창고 한 쪽 귀퉁이에 가서 자기의 귀를 가만히(슬며시) 잡고 숨도 크게 쉬지 않고 있었다.
불빛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캄캄한 창고 안이라서 형은 동생이 가마니 귀를 잡은 줄 알고 재차 곡식 가마니를 들쳐 메려하니, 처음과 똑같이 무거워 쉽게 들쳐 맬 수가 없어 다시 동생에게 아까보다는 좀 더 큰 목소리로 "가마니 귀 잡아야" 하니 한 쪽 귀퉁이에 앉아서, 자기 귀를 가만히 잡고 있던 동생은 "형! 나 가만히 귀 잡고 있어" 하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형이 더듬더듬 동생의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서 동생을 어루만져 보니, 동생은 가마니 귀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귀를 가만히 잡고 있었던 것이다.
ㅋㅋㅋ
- 야담과 해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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