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과 해학

정구죽천(丁口竹天)이로다.

백산(栢山) 2024. 11. 24. 05:00

 
정구죽천이로다.
 
김삿갓이 어느 날 오후에 허름한 차림새로 어려서부터 죽마고우로 지냈던 친구 집에 찾아들었다.
김삿갓의 거지같은 몰골을 본 친구는 금방 인상이 달라지며 못 마땅해 한 것이다.
 
그러나,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문전박대는 할 수가 없어 방안으로 들이며 아내에게 귓에말로 신호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동안의 안부와 환담을 나누는데...
부엌 쪽에서 친구 부인의 외침이 인량비백이오 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김삿갓이 풀이해보니 人良比白이란? 人에 良을 합치면 밥(食)자에 比에다 白을 합치면 다(皆)자이니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인 것이다.
 
그러자 친구가 하는 대답이 월월산산커든으로 댓구를 하였다. 月月山山 이를 풀이하면 月月을 합치면 친구 朋에 山山을 합치면 나갈 出이니 친구(朋)가 나가거든(出)이었다.
 
이를 알아차린 김삿갓은 자리를 떨고 일어서서 집 밖으로 나오면서 껄껄껄 웃으며 정구죽천이로다 하며 해가 저물어 가는 길을 떠났다.

정구죽천을 풀이하면 丁口竹天은 丁과 口를 합치면 可이며 竹과 天을 합치면 笑가 되어 가소롭다는 뜻이 된다.
 
김삿갓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가 많은 가운데 이런 우스개 글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도 가소로운 일을 보면 丁口竹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귀하는 丁口竹天같은 경우는 없으셨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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