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의 홍합과 말 위의 송이.
한 선비가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큰 내에 이르렀다.
냇물을 건너려고 하면서 둘러보니, 건너편 냇가에서 많은 여인들이 쭈그리고 앉아 빨래를 하는 것이 보였다.
이때 선비의 시선은 여인들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에 가 머물렀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정신 없이 말 위에 앉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때마침, 스님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와서 역시 냇가(川)를 건너려고 신을 벗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린 선비는 스님에게 말을 걸었다.
"스님! 초면에 인사도 없이 실례합니다만, 스님도 시(詩)를 지을 줄 아시지요? 내가 먼저 시(詩) 한 구절을 읊어 볼 테니 스님이 그 대구(對句)를 지어 보시겠소?"
"예, 소승 그 말씀에 따르겠나이다. 나무아미타불."
"溪邊紅蛤開(저편 시냇가에 많은 홍합 조개들 입을 벌리고 있구려)"
"선비께서는 속세에 사시는 분이라 홍합이라는 고기종류(肉物)를 가지고 시(詩)를 지었습니다만, 소승(小僧)은 산 속에 사는 중(僧)이라 고기를 먹지 못하옵니다. 그러니 소승(小僧)의 분수에 맞게 채소 종류를 가지고 대구(對句)를 지어 보겠나이다. 나무아미타불." 하며 "馬上松苡動(선비의 말안장 위에는 송이버섯이 꿈틀거리고 있네)" 하는 것이었다.
<註> 苡(이)는 풀 초 아래 귀이(耳)가 맞는데 컴퓨터에 없네요.
- 출처 /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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