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를 돌며

목포팔경(木浦八景)

백산(栢山) 2010. 2. 9. 12:02

 

목포 팔경에 대한 소고.

 

목포사람이면 누구나 "목포팔경(木浦八景)"이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늘어난 관광객들과 학교에서 내준 내 고장 향토문화에 대한 과제물을 하기 위해 이 목포팔경에 대해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목포팔경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소개한다.


최성환(향토사연구원)

 

 

* 팔경(八景)의 연원과 의미.

 
목포는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유달산과 남도의 젖줄인 영산강, 그리고 바다라기보다는 푸른 호수를 영상 시키는 다도해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한 폭의 아름다운 동양화와 같은 항구도시이다.

목포팔경이란, 이렇듯 아름다운 목포의 풍경 중 가장 빼어나다고 할 수 있고, 목포인들에게 사랑 받는 풍경 중 대표적인 8곳을 지칭하는 것이다. 흔히 특정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팔경"이라는 이름으로 칭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소상팔경이란 명칭은 중국의 북송대 송적(宋迪)이 그린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라는 그림에서 생겨난 것으로 말 그대로 소상(瀟湘)의 8가지 경치를 말하는데, 소상은 지금 행정구역으로 볼 때 중국 호남성 일대를 지칭한다.

 

 

<소상팔경(瀟湘八景)>
제1경 소상야우(瀟湘夜雨) 영주 강변의 밤비 내리는 풍경
제2경 강천모설(江天暮雪) 눈 내리는 강변의 저녁 풍경
제3경 연사모종(煙寺暮鐘) 안개 속 산사에서 울리는 저녁 종소리
제4경 산시청람(山市晴嵐) 산 마을의 맑은 기운
제5경 어촌석조(漁村夕照) 어촌의 지는 해.
제6경 원포귀범(遠浦歸帆) 멀리 부두로 돌아가는 돛단배들의 모습.
제7경 동정추월(洞庭秋月) 동정호의 가을 달.
제8경 평사낙안(平沙落雁) 모래사장으로 내려앉는 기러기 떼.

 

소상팔경은 단순히 "이웃나라의 경치 좋은 곳"이라는 뜻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서 존재하는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며 꿈속에서나 가볼 수 있고 현실로는 갈 수 없는 유토피아"라는 사상적 개념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즉, 현실을 탈피 한 이상향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조는 고려 때부터 조선후기에 이르기까지 대유행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에 널리 알려졌는데, 이를 모방하여 송도팔경, 관동팔경, 관서팔경, 관북팔경, 금강팔경 등 이름이 생겨났으며, 우리 목포를 비롯 각 지역에도 이와 유사한 단구들로 지역의 절경을 칭송하게 된 것이 목포팔경의 유래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소상팔경과 목포팔경을 비교해보면 그 연관성을 가늠할 수 있다.

 

 

* 목포팔경의 등장.
목포팔경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일까?
목포팔경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조선시대의 각종 지리서를 비롯하여 구한말에 제작된 이 지역 읍지(邑誌)에도 "목포팔경"에 관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 개항이후 일본인들이 만든 『목포지』나 『목포부사』같은 책에도 역시 목포팔경에 대한 언급은 없고, 다만 이 지역의 명승(名勝)으로 고하도 병풍암과 유달산이 소개되어 있는 정도가 고작이다.

 

목포팔경의 내용 중에 1915년에 창설된 달성사에 관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그 이후시기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데, 목포지역 원로들의 증언에 따르면 목포팔경의 시조나 그림이 시민의 입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이고 목포시사(木浦詩社)에 출입하던 원로 유생(儒生)들이 만들어 단가(短歌)로 즐겨 불렀다고 한다.1) 실제 목포시사에서 개최한 역대 한시백일전(漢詩白日戰)의 입상작들을 기록하여 만든 『목포풍아집』(木浦風雅集, 1965년 발행)의 내용을 살펴본 결과 "목포팔경(木浦八景, 서병대 작)"이라는 제목의 한시가 남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목포팔경이라는 어휘가 생겨난 것은 광복을 전후한 시기가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다.

현재 목포팔경에 대해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유달산 유선각(儒仙閣)에 걸려있던 "목포팔경" 편액(현재는 목포문화예술회관 상설전시장 전시)을 들 수 있다.

 

이 편액(扁額)은 목포팔경의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1950년대 목포시장을 역임한 하동현(제6대 1952.4.10∼5.7, 제8대 1952. 10.24∼1959. 8. 7. 재임)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편액에는 연도가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하동현 시장의 글로 유선각에 같이 걸려져 있던 "유선각기(儒仙閣記)"에 단기4288년(1955년)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시기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 목포팔경의 내용과 풀이.
목포팔경은 목포를 사랑하는 시인묵객들이 목포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로 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계절에 따라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문구로 목포팔경을 묘사하기도 하였다. 때문에 목포팔경의 내용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리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연대가 가장 오래된 목포팔경 편액의 내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다행히 목포풍아집에 실려있는 목포팔경의 문구와도 동일하기 때문에 이를 원형으로 삼아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 내용과 풀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학도청람(鶴島晴嵐)

 

 학도청람(鶴島晴嵐)
아지랑이 필 때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봄날의 삼학도 풍경.
학도는 삼학도를 지칭한다. 삼학도는 세 처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한(恨) 때문에 세 마리의 학이 내려앉아 생겨났다는 전설의 섬으로 유달산과 함께 목포의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청람(晴嵐)은 비가 갠 날에 보이는 아지랑이를 의미하는데, 맑은 기운이 감도는 삼학도의 아침 풍경을 칭송한 것이다. 소상팔경에 나오는 산시청람(山市晴嵐)의 영향을 받은 듯 하다. 별칭으로 "삼학풍림(三鶴楓林)"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단풍으로 붉게 물든 삼학도의 가을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달사모종(達寺暮鐘)

 

달사모종(達寺暮鍾)
유달산 달성사에서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의 고즈넉한 풍경.
달사는 유달산의 동남쪽 중턱(죽교동 317번지)에 자리하고 있는 달성사(達聖寺)를 지칭한다. 달성사는 1915년 4월에 건립되었는데, 당시 조선인들이 주로 모여 살던 죽동이나 남교동 마을 쪽에서 유달산 쪽을 바라보면, 산과 사찰이 잘 어우러진 달성사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저녁 무렵 달성사 범종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는 신비감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 안았을 것이다. 달성사의 종소리는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당시 조선인들의 마음을 순화시켜 편안함과 아득함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팔경 중에 독특하게 소리와 관련된 풍경이며, 저물 만(晩)자를 써서 "달사만종(達寺晩鐘)"이라도 한다.


 

고도설송(高島雪松)

 

 고도설송(高島雪松)
겨울철 고하도의 눈 덮인 소나무의 풍경.
고도는 고하도를 지칭한다. 유달산 밑에 있는 섬이라 하여 고하도(高下島)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고 하며, 보화도(寶和島), 비하도(悲霞島) 등으로도 불리었다. 1597년 이순신 제독이 머물면서 진을 치고 군사훈련을 했던 역사의 땅으로도 유명하다.
지리적으로 영산강 하구와 목포 앞 바다에 연접되어 내륙과 서남해를 연결하고 있어서 영산강의 빗장처럼 길게 가로로 놓여 있는 섬이다. 마치 승천하는 용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 고하도의 해송(海松)위에 하얀 눈이 덮여있는 겨울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유산기암(儒山奇岩)

 

 유산기암(儒山奇巖)
유달산의 기묘한 바위들의 아름다운 형상.
유산은 유달산을 의미한다. 유달산은 원래는 <놋쇠 유(鍮)>자를 쓰는 유달산(鍮達山)이었는데, 구한말 유달산 자락에 목포시사(木浦詩社)에 생겨나고 많은 유학자들의 왕래가 있으면서부터 <선비 유(儒)>자를 쓰는 유달산(儒達山)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유달산은 본래 바위산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공원화사업으로 많은 나무가 심어졌지만, 원래는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진 돌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덩어리를 이루는 바위의 생김생김이 하나같이 기기묘묘하게 생겨서 전남의 소금강(小金剛)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1930년대 조선의 미를 찾아 목포를 방문 한 일본인 유종열은 그의 저서 조선기행문에서 "화가라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중략) 목포의 거리는 잊을지라도 저 신비한 유달산은 잊지 않을 것이다"2)라며 유달산의 기암괴석이 갖는 신비함을 칭송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유달산의 기암괴석은 목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승(景勝)으로 알려져 왔다.


 

아산춘우(牙山春雨)

 

 아산춘우(牙山春雨)
봄비 속에 청신하여진 아산의 아름다운 풍경.
아산은 삼학도 건너편 영암 쪽에 있는 산의 이름이다. 목포항 쪽에서 바라볼 때 마름모꼴로 보이는 산으로 아침과 저녁경치가 뛰어나고, 숲 사이로 안개가 반쯤 개었을 때의 모습은 한 폭의 훌륭한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봄비 내리는 날 현재의 문화예술회관 뒤편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아름답고 잔잔한 아산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또한 지금은 산 위로 가로등이 설치되어, 야간에 보면 멋스럽게 불 밝혀진 아산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기도 하다. 주변의 개발로 인해 여기저기 공장건물들이 함께 보이는 것이 좀 거북스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금강추월(錦江秋月)

 

 금강추월(錦江秋月)
가을달빛이 어린 영산강의 아름다운 풍경.
금강은 영산강의 시적 표현이다. 목포는 영산강의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길목에 해당되는 데, 남도의 젖줄처럼 굽이쳐 흐르는 영산강의 어느 가을날 밤. 가득 찬 둥근 달이 영산강 물위에 떠 있는 저녁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동정호(洞庭湖)에 떠있는 달빛과 영산강의 달빛을 견줄만하다고 본 목포사람들의 풍류가 느껴지는 구절이다.


 

용당귀범(龍塘歸帆)

 

 용당귀범(龍塘歸帆)
돛단배가 고하도 용머리 앞을 돌아오는 풍경.
용당은 목포 앞 바다에 있는 섬 고하도를 말하는 것으로 지형이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섬이라 하여 "용머리·용당"이라 하고, 혹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하여 "병풍도·병풍바위" 등으로 불리 운다. 유달산에서 바라 본 고하도의 풍경은 천하제일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나다. 더욱이 푸른 호수로 비견되는 다도해를 뒤로하고 용머리 앞을 돌아오는 돛단배의 풍경이 어우러진다면 그야말로 무릉도원의 세계가 연상되는 절경(絶景)이 연출된다.


 

입암반조(笠岩返照)

 

 입암반조(笠岩返照)
저녁 노을 빛이 드리운 갓바위부근의 아름다운 풍경.
입암은 문화의 거리 갓바위와 입암산(笠岩山)을 지칭한다. 지금은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갓바위와 입암산은 원래 한 줄기이다. 아버지를 잃은 슬픈 마음에 갓을 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의 형상을 한 갓바위에 석양의 빛이 반사되어 오는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지는 해가 마지막 빛을 서녁 하늘에 쏟고 갓바위를 돌아 넘어가는 정경으로 슬픈 전설의 갓바위와 그 뒤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입암산, 그리고 저녁 노을이 물든 영산강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다.


 

*위 그림은 구, 중앙시장 개발 현장에 가림막으로 설치해둔 벽화를 촬영한 것으로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점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목포팔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에서 발췌하였음을 밝힙니다.

 

<문헌 출처: 웹사이트>

 

 

봉구아재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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