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과 해학 86

하녀의 학질을 고친 재상(宰相)

하녀의 학질을 고친 재상(宰相) *원제: 인병간비(因病奸婢) 어떤 재상(宰相)의 처가댁에 어린 여종이 있었다. 이름은 향월(向月)이요, 나이는 18세에 제법 자색을 지녔다. 재상은 늘 향월을 사랑해 보려 하였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였었다. 때마침 향월이 학질(虐疾)에 걸려 고생을 하는 중이었다. 그때. 재상의 벼슬은 내국의 제조(提調)였다. 하루는 그의 장모가 사위인 재상에게 청하기를, 『우리 향월이가 학질로써 이다지 고생을 하는데, 내국에는 반드시 좋은 약이 있을 것이니 한번 약을 구해서 치료해 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기에 그는, 『그럼, 어느 날, 어느 때, 그 병이 더 심해지는지요?』 하고 묻자. 장모는, 『바로, 내일이라네.』 하고 대답하니 그 재상은, 『그럼, 내일 공무를 끝낸 뒤에 좋은 약..

야담과 해학 2024.10.26

닭 도둑이 명판관이요.

닭 도둑이 명판관이요. 원제 : 單袴猶惜(단고유석)  시골사람 하나가 밤에 자기 처를 희롱하며『오늘 밤에 그 일을 반드시 수십 차 해 줄테니, 그대는 어떠한 물건으로 나의 수고에 보답하겠느뇨?』 하니 여인이 대답해 가로되, 『만약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제가 세목(細木) 한 필을 오래 감춰둔 것이 있는데, 내년 봄에 반드시 열일곱 새 누배과를 만들어 사례 하리오다.』 『만약, 기약만 지켜주면 오늘밤 들어, 하기를 열일곱 번은 틀림없이 해주리라.』 『그렇게 하십시다.』 이날 밤. 남편은 일을 시작하는데, 일진일퇴의 수를 셈하기 시작하며 가로되,『일차……이차……삼차.』 이렇게 세니 여인이 가로되,『이것이 무슨 일차, 이차입니까? 이와 같이 한다면 쥐가 나무를 파는 것과 같으니까, 일곱새 누배과 커녕 단과도 오..

야담과 해학 2024.10.12

도적질도 손발이 맞아야

도적질도 손발이 맞아야.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그 시절에는 천수답 농사가 대부분이어서 풍년보다는 흉년이 더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한 마을에 늙고 병드신 어머님을 모시고, 손바닥만한 농토를 가지고 살아가는 가난한 형제가 있었는데, 형은 그런대로 당돌한 편인 반면에 동생은 조금 어리숙한 면이 있었다. 그 해. 농사도 흉년이 들어 엄동설한을 보낼 월동준비는 커녕 당장 하루하루를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른 형제는 사람으로써는 해서는 안 될 일을 벌리기로 하였다. 다름이 아닌 그 마을의 부잣집의 창고에 들어가 곡식을 훔쳐오기로 두 형제는 마음을 굳히고, 달빛도 없는 야심한 날의 밤을 틈타 형제는 부잣집 창고에 들어갔다. 창고 속에 있는 곡식 가마니를 형이 들쳐 메려니 힘이 딸려 ..

야담과 해학 2024.10.03

군시양의(君是良醫)

군시양의(君是良醫)당신은 훌륭한 의사올시다.  어떤 젊은 과부 하나가 강릉(江陵)기생 매월(梅月)이와 이웃삼아 살고 있었다.  매월이는 그 자색과 명창으로써 한때에 이름이 높았으므로 일대의 재사(才士)와 귀공자들이 모두 그 집 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어느 날의 일이었다. 때는 마침 여름철이었다. 매월의 온 집안이 유달리 고요하여 인기척이 없기에 과부는 괴이히 여겨 남몰래 창을 뚫고 엿보았다. 그런데, 어떤 한 청년이 적삼과 고의를 다 벗은 몸으로 매월의 가는 허리를 껴안은 채 구진구퇴(九進九退)의 묘법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기생의 여러 가지 교태와 사내놈의 이러한 음탕을 평생 처음으로 본 과부인 만큼 그 청년의 활기를 보자 음탕한 마음이 불꽃처럼 일어 억제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과부는 스스로 애..

야담과 해학 2024.09.26

어느 효자의 지혜.

어느 효자의 지혜. 며느리의 구박으로 음식을 제때에 얻어먹지 못한 시어머니(媤母)는 영양실조(營養失調)에 걸려 방구석에 누워 있기만 했다. 며느리의 잔소리와 구박(毆縛)은 날로 심했고 어머니는 건강이 말이 아니었다. 실은 어머니가 건강만 하다면 온갖 집안일 들을 도와 줄 수가 있는데도 그것을 모르는 며느리의 불효(不孝) 행각(行脚)은 정말 가소롭기만 하다. 이를 보다 못한 아들이 드디어 멋진 를 생각해냈다. 홀어머니를 모시는 아들에게는 어머니편도 아내편도 어느 한쪽을 편견 할 수 없는 그들만이 겪는 고민이 있는 건 사실이다. 대개 못난 사람들은 자기의 아내 편을 드는 수가 많다. 그런데도 이 아들은 그렇지를 않았으니 효자(孝子)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하루는 아내를 조용히 불렀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

야담과 해학 2024.09.19

봉이 김선달이 된 까닭은?

봉이 김선달이 된 까닭은?   오랜만에 김선달이 나들이를 나갔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저자거리(시장)에 갔었는데 어떤 상인이 사람을 봐가면서 물건을 흥정하고 있었다. 이것을 본 김선달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그래서, 그 상인에게 "저기 벼슬이 달리고 멋진 새가 그 전설 속에나 나오는 봉(鳳)이요?"  상인이 생각하기를 아무리 어리숙한 촌놈이라도 그렇지 닭을 봉(鳳)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바가지를 씌어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네, 손님께서 봉(鳳)을 알아보시니 보통이 아니구려.." 하는 것이었다. 김선달의 얼굴은 금새 좋아하는 빛이 흘렀다. 선달 曰: "그럼 저 봉(鳳)이라는 새는 얼마나 하오?" 하고 물었다.  상인은 옳다구나 이게 웬 횡재인가 하며, 상인 曰: "이십 냥이요"..

야담과 해학 2024.09.03

김삿갓 욕설 詩

辱說某書堂/ 서당 욕설 시.               - 김삿갓 (김병연 1807~1863) - 어느 추운 겨울날 김삿갓이 시골 서당에 찾아가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을 하며내쫓는다. 화가 치민 김삿갓이 더러운 욕설 詩를한 수 써 붙이고 나온다.(소리나는 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납니다.) 書堂來早知(서당내조지) (서당은 내좆이요)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찾아 왔는데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방중은 개 좆물뿐이고)방안엔 모두 높은 분 자녀들뿐이고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생도는 제미 십이며)학생은 모두 열 명도 안 되는데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선생은 내 불알이다)선생은 찾아와도 보지도 않네.  --------------------------------------------  김삿갓과 아낙네.  김..

야담과 해학 2024.06.02